청약 광풍에서 거래 실종까지…해운대 생숙 시장의 명암 생숙 규제·공급 과잉·수익성 악화, 투자자들의 ‘출구 없는 현실’
‘로또 청약’이던 해운대 생숙, 이제는 손해보고도 못 파는 현실
2021년만 해도 해운대 한복판에 고급 생활숙박시설(생숙)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을 기록했고, 프리미엄 기대감으로 웃돈을 얹어 사겠다는 사람들까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단 몇 년 만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힐스테이트해운대센트럴’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수억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초기 투자자들은 “돈을 깎아줘도 거래가 안 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분양 당시의 흥행 배경
‘힐스테이트해운대센트럴’은 이름만 들어도 고급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단지였다. 부산 해운대 한복판, 그것도 우동에 자리잡은 프리미엄 입지. 여기에 영화관, 루프탑 수영장, 스파, 스크린골프장 등 최고급 커뮤니티가 더해지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분양가는 3.3㎡당 무려 5600만원, 전용 85㎡ 기준으로는 14억을 넘는 수준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부자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총 238실 모집에 10만 건이 넘는 청약이 몰렸고, 펜트하우스의 경우 3200대 1이라는 전무후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국내 리조트 운영 1위 기업인 대명소노가 운영을 맡는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호텔 수준의 관리와 안정적인 임대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 아래, 생숙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현재 시장 상황: 고급 생숙의 몰락
하지만 지금 이 단지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키워드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전용 99㎡ 기준 분양권은 현재 분양가보다 2억2000만원 낮은 14억892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전용 85㎡ 역시 마피가 1억3000만~1억8000만원대에 달한다.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도 손해를 감수하고 팔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마저도 어렵다. 일선 중개업소에는 “잔금을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청약 당시의 ‘프리미엄 생숙’이 지금은 수익도, 실거주도 어려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단지 내 상업시설 운영이나 커뮤니티 유지 관리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수익은커녕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생숙 규제와 구조적 한계
생숙의 가장 큰 약점은 ‘명확하지 않은 법적 위치’다. 호텔로 분류되면서도 주거 형태를 띄고 있어, 실제 거주가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지자체에 따라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는 규정이 적용된다.이처럼 규제 리스크가 크다보니 실수요자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면서 시장의 균형이 깨졌다. 특히 부산 해운대 일대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생숙 공급이 급증했다. 희소성은 사라졌고, 선택지는 늘어났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적당한 시기에 빠져나오자”는 분위기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다.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 실거주 불가라는 3중고 속에서 생숙은 더 이상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투자자일수록 매도 타이밍을 놓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
해운대 부동산 시장 전반의 분위기
해운대는 부산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상징적인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속에서 해운대 부동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전망 조정기’에 있지만, 그래도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반면 생숙 시장은 사실상 ‘거래 실종’ 상태다. 우동 일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그래도 실거주 수요가 있지만, 생숙은 규제도 많고 활용도가 낮아서 찾는 이가 거의 없다”며 “분양권도 마피 붙여서 내놓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고급 이미지와 고분양가를 앞세운 생숙은, 불황기엔 오히려 가장 먼저 외면받는 상품이 됐다. 해운대라는 지역 브랜드도, 고급 커뮤니티도, 시장의 냉기류 앞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고급 생숙’의 환상이 남긴 교훈
힐스테이트해운대센트럴은 2021년 분양 당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냉혹하다. 마이너스 프리미엄만 수억 원에 이르지만 거래는 끊겼고, 실거주도 어려워졌다. 규제를 피해 ‘아파트 대체재’로 여겨졌던 생숙은 결국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이번 사례는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률만을 쫓기보다 입지, 규제, 수요 구조, 운영 방식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단기적 기대감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과 균형 잡힌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