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과연 아파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파트 공급의 공백 메운다? 면적 확대된 도시형생활주택의 명암
수요 없는 공급은 또 다른 미분양 부른다… 실패하는 주택정책의 전조


“아파트보다 빠르게, 하지만 아파트만큼 살기 좋은 집은 없을까?”
정부는 이 물음에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대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 주택법 시행령과 관련 규칙이 개정되면서, 도시형생활주택의 전용면적이 85㎡까지 확대되고 편의시설 기준도 강화되었다. 이는 주택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이 단기간에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정책적 시도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만 늘리려는 정책이 또 다른 미분양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정말 아파트의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을까?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시장 반응, 그리고 정책적 방향성을 하나씩 짚어본다.

도시형생활주택이란 무엇인가?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도입된 주택 유형으로, 1~2인 가구 및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급증하는 1인 가구 수요와 도심 내 부족한 주거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의 아파트보다 규제를 대폭 완화한 형태로 설계됐다.

이 주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원룸형, 단지형 다세대, 단지형 연립주택이다. 외관이나 구조는 오피스텔과 유사해 보이지만, 오피스텔은 건축법을 따르는 준주택인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즉, 명백한 주거용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세금, 청약, 대출 조건 등이 다르게 적용된다.

도입 당시에는 저렴한 분양가와 비교적 간편한 인허가 절차로 인해 시장에 빠르게 공급되는 주거 형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한계가 드러났다. 생활 인프라 부족, 낮은 자산가치, 주차난 등이 대표적이다.

면적 완화와 편의시설 기준 강화… 이번 개정안의 핵심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용면적 제한의 완화다. 그간 도시형생활주택은 최대 60㎡ 이하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85㎡까지 확대가 가능해졌다. 이는 일반적인 중소형 아파트와 유사한 수준으로, 사실상 '아파트에 가까운 도시형주택'이라는 타이틀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편의시설 기준은 오히려 강화됐다. 전용면적이 60㎡~85㎡인 경우, 세대당 주차공간을 1대 이상 확보해야 하며, 150세대 이상이 모일 경우 경로당, 어린이 놀이터 등의 공동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는 단순히 법적 기준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 사업자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특히 공사비 상승이 심각한 요즘, 수익성과 직결되는 규제 강화는 개발을 주저하게 만든다.

정부가 기대하는 ‘아파트 대체재’ 효과, 가능할까?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의 면적을 확대함으로써 아파트의 대체재로 삼으려 한다. 아파트는 인기와 수요가 많지만 공사 기간, 인허가 문제로 단기간 내 대량 공급이 어렵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단순히 면적만 보고 주택을 선택하지 않는다. 동일한 면적이라도 인프라, 학군, 커뮤니티 시설, 자산 가치 등이 아파트와 비교해 낮은 도시형생활주택은 매력도가 떨어진다. 특히 실거주뿐만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은 수요층이 얇다.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단지형) 비교 (출처 : 국토교통부)

지역별 현황으로 보는 수요 불균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수요가 전국적으로 균일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울산의 경우, 지난해 인허가 받은 도시형생활주택은 단 23호에 불과했고, 모두 원룸형이었다. 반면 인천은 원룸형 비중이 0%다. 이처럼 지역마다 수요 양상은 다르고,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획일적인 공급을 늘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울산은 2023년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가 4,131세대에 달하며, 공급 과잉이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도시형생활주택이라 해서 이 수치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소규모 단지의 낮은 인프라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거 만족도로 인해 또 다른 ‘공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실적 (전국,울산) (출처 : 국토교통부)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정책 전환해야

정부는 여전히 공급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공급 부족이 아니다. 실제로 공급이 충분함에도 거래가 일어나지 않거나 미분양이 쌓이는 지역도 많다. 이는 수요를 자극할 만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주택 수요는 단순한 가격이나 물리적 공급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거 만족도, 자산 가치, 사회적 인식, 생활 인프라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특히 주택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주택의 ‘브랜드’와 이미지도 수요에 큰 영향을 준다.

결론

도시형생활주택은 출발부터 ‘아파트의 대체재’로 설계된 구조가 아니다. 그 자체로 충분한 수요층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처럼 공사비가 치솟고, 수요는 정체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책은 단지 수치를 채우기 위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진정 필요한 주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정하고, 무리한 확대보다 수요 맞춤형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

공급은 결국 수요에 기반할 때 지속가능하다. ‘어떤 집을 얼마나 빨리 지을 수 있는가’보다, ‘누가 정말로 원하는가’를 먼저 묻는 주택정책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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